배송현 / Are You Alice?

공간은 빛의 영향을 받아 시시때때로 색이 바뀌며 그 본연의 색을 알 수 없고, 또한 사람에 따라 공간의 스케일까지 끊임없이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다양한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변화를 담아내는 것은 바로 사람의 눈이다. 공간의 색과 크기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신체기관 중 하나이기 때문에 문래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의 모티브로서 참고하게 되었다. 문래동의 맥락은 예술인과 소공인, 그리고 방문객의 세 가지 시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 다른 생각이 공존하기 때문에 마찰이 잦기도 하다.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는, 일상에 녹아들 앨리스적 공간을 다루고자 한다.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 듯, 없는 듯한 모습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Wonderland’를 문래동을 방문하는 방문객이 앨리스라는 주체가 되어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보고자 한다.

우리는 평소 계단이나 문턱같은 바닥의 높이 차이에 의해, 혹은 상대적인 키 차이에 의해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 이것은 각자에게 편견을 가지게 하며, 소공인과 예술인, 방문객 사이의 마찰을 해결할 단서라고 생각했다. 나는 앨리스를 통해 방문객이 현재 자신과는 다른 시선을 체험하고, 이전보다 다양한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따라서, 시선이 맞지 않았던 사람들이 다른 이와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앞서 다뤘던 눈의 특징을 가지고 만들어낸 것이 바로 착시효과이다. 같은 물체이지만 시선에 따라서 입체적이었던 형태가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이 외에도 재질이나 빛을 이용해 다양한 착시효과를 만들어내었다. 나는 우리의 감각을 일깨워 주기 위해 착시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