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예은, 임하영 / 서울타리

예(禮)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예, 민족적이고 전통적인 역사성이다. 그리고 우리는 예를 맥과 관련지어 생각하게 되었다. 맥(脈)은 지역의 맥락과 그 곳의 관계성을 뜻한다.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예가 무너지면서 도덕규범, 관계, 행위 준칙 등을 함께 잃어가고 있다. 우리가 찾은 문제점은 이러한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자체도 역사성과 예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려져있던 서울성곽을 활용하여 다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잊혀져 있던 서울성곽을 보여주고 지키게 하며, 예를 지킴과 동시에 공동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역사회 커뮤니티 공간을 설계하고자 한다.

서울성곽은 시대를 따라 켜켜이 쌓인 부정형적인 성곽돌부터 정형적인 성곽돌들이 만나서 이루어져 있다. 이것들은 충돌이 아닌 만남이며 서울성곽의 세월, 역사, 그리고 예이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했고, 부정형과 정형의 만남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층별로 보았을 때, 지하는 부정형의 모습을 띄고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정형적인 모습을 띤다. 마치 서울성곽이 세종 때 모습과 숙종 때 모습이 다르지만 어우러져있는 것처럼. 외부에서는 공간과 공간, 면과 면 사이가 교차하는 지점에 부정형적인 요소가 들어온다. 정형적인 우리 건물에서는 보이드 사이로 성곽과 실내를 들여다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