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배송현 / 무너진 블록, 그 사이의 틈

서울 한 가운데, ‘도시적’인 느낌을 찾을 수 없는 마을이 하나 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북정마을이 그 주인공이다. 성곽 바로 앞, 서울의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명당 자리를 차지하면서 마냥 좋을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조금만 길을 따라 올라가보면 허름하고 무너져가는 안타까운 마을이 나타난다. 어느 한 지점을 기준으로 부촌과 북정마을이 나뉘어 마을의 빈부격차가 크게 드러나며, 성곽에 의해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단단했던 마을 사람들 간에 서서히 갈등이 생긴다. 우리는 이런 마을의 일부를 개선하여 앞으로의 북정마을이 더이상 무너지지 않고 재생되어가길 바라며 주거환경의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북정마을은 마을 주민간의 공동체 의식이 굉장히 강한 편이다. 이것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마을의 건물과 만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며, 견고하게 쌓여있는 블록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실제 블록에 힘을 가하면 무너지는 것처럼 마을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로 잘 쌓아왔던 주민간의 화합이 외부 세력, 즉, 마을 재개발로 인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무너진 틈 사이로 빛은 들어오는 법. 젊은 외부인들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문화와 세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사이트에 계획하게 된 주거 공간은 무너진 블록의 형태에서 가져와 새로이 쌓아 올리기 보단 현재 상태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 채 더 나은 방안을 찾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