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현, 최재원 / 그 너머

주택들이 밀집되어 형성된 골목길과 경사로 인해 다양한 시각적인 시퀀스가 발생한다. 루프탑을 활용하여 시각적인 시퀀스를 극대화하였고 해방촌의 감성이 녹아들어 간 독립 책방들에 영향을 받아 이곳에는 메모리북이라는 독특한 봉안함을 적용시켰다. 책 형태의 안치함 속 고인의 유골, 유품, 사진, 편지가 담기고 봉안 책장에 보관되며 책을 읽듯 추모한다.

[샤로수길 : 공백]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공간이다. 우리는 여기서 죽음에 대해 알아가고, 이미 떠난 자들을 보며 그들과 함께했던 추억들을 되새긴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공간에 오래 머물 수 없다. 삶 속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다시 고인이 떠오르거나 그들이 보고 싶을 때 다시 ‘공백의 공간’을 찾길 바란다.

[청계 · 대림상가 : 무게] 자신의 깊이를 찾는 과정이다. 가벼웠던 게 무거워지기도 하고, 무거웠던 게 가벼워지기도 한다. 가벼운 기억들은 항상 뒤적이며 되새김질 해 무거워지지만, 낡은 벽의 사진은 보지 않고도 상상할 수 있어 구석에 넣어두고 내 안에서 가벼워진다. 의미의 경중을 따지며, 가벼워지려고 노력하다 또다시 깊어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 생각을 하게 된다.

[삼청공원 : 성장] 많은 추억이 존재한다. 기억이 아련하게 떠올라 어느새 조금씩 포근

하고 그리운 느낌마저 들게 한다. 

나와 기억을 함께한 사람을 기억하면서 그 시절의 나와 고인을 만나

러 올 때마다 성장하는 내가 계절과 함께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