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 MOMENTARY SCENES

무심코 지나가는 모든 찰나의 순간들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어쩌면 놓쳤기 때문에 아쉽거나, 후회하지는 않았을까. 무심코 지나치는 모든 찰나의 순간들을 위하여. 놓치기 아쉬운 모든 찰나의 순간들을 위하여.

다원주의란 무엇일까. 내가 존재하는 곳 안에서만 있다면, 내게 보이는 것만 믿고 견해를 넓히지 못할 수도 있다. 사회적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예술, 문화, 경제 등 많은 분야에서도 그와 같다. 새로운 무언가를 알더라도 자신의 의견, 사고 등 인지 환경에 따라 결론은 다르다. 넓히며 알게 되는 것들을 이해하거나, 존중해야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을 몰라도 된다. 우리는 그저 매개체를 만들어 줄 뿐이다. 강요도 강제도 없으며 그 무언가를 알 수 있는, 볼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줄 뿐이다.

매개체는 닿을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는, 존재의 유무조차 몰랐을 수도 있는 것들을 연결시켜준다. 추상적이거나 실재적인 많은 매개체들이 있는 가운데 카메라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여주거나 원래 알았던 것들을 새롭게 보여준다. 카메라를 통해 본 세상은 촬영자의 의도나 감성, 카메라의 설정으로 같은 피사체일지라도 실제 시야와는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카메라로 동일한 피사체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지나쳐가는 순간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찰나를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