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김한지, 원대연 / Patch a Quilt

가정에 대한 헌신적인 자세는 강요되면서도 스스로를 돌보고 가꾸는 것에 있어서는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 시대 한국의 어머니는 어쩌면 사회적 약자임에 틀림없다.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임에 틀림없지만 가정이란 보이지 않는 경계에 갇혀 주위로부터 소외된 그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이다. 본 프로젝트는 옥상이란 감춰진 공간 위에 가족과 이웃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계획한다. 밀집된 집합주거의 거주환경에서 옥상은 적극적인 생활영역에 포함되지 못하고 부가적인 기만을 수용하는 소극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옥상 위에 최소한의 구조물을 설치함으로써 주부들의 화합과 소통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것이 본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설치물을 사용하면서 자발적이고 자기 조직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한다. 그럼으로써 가정의 조력자로서의 주부가 아닌 활동의 주체로서의 주부들을 발견하고 생활에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픽셀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작은 점으로, 유사한 색을 가진 단일 픽셀들이 붙여 나가지면서 전체 모습이 경계 지지 않고 연속된 화상을 형성하도록 하는 화상의 최소단위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웃과의 경계를 완화시키고 연속된 주부 공동체를 형성하도록 한다. 옥상에 픽셀을 삽입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단순히 단지를 묶어내는 것이 아닌, 공간에 주부의 특성에 알맞은 프로그램을 삽입하여 픽셀처럼 맞붙어있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연결될 뿐 아니라 옥상을 이웃 간의 정신적인 연계가 될 수 있도록 한다.

일정한 격자 패턴으로 장대(post)를 설치하고 장대에 빨랫줄을 묶는다. 빨랫줄에 각자의 집에서 가지고 온 이불이나 천 등을 널어 모두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간다. 단 한 사람만으로는 공간을 만들기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서 공간을 만들어 넓혀 간다. 공간을 만들 때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이불을 가져와 널면 여러 개의 무늬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퀼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공간을 만든 주부들은 자연스럽게 자발적인 단체 활동을 하게
되며, 자기 조직적 성격을 띤다.